사람들의 마음을 늘 읽으려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있다. 상대방의 표정과 말투에서 나타나는 조그만 변화도 놓치지 않으려 하고, 만약 어떤 단서가 포착되면 자기 마음대로 상상의 날개를 펼쳐 수많은 시나리오를 지어낸다. 혹 친구가 무뚝뚝하게 대하면 갑자기 불안해지고, 상사의 표정이 안 좋으면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기도 한다.
"우리가 남에게 갖는 자의식의 반만 줄여도 삶이 한결 편안해질 것이다. 그러한 자의식은 결국 내가 만든 의미없는 생각습관임을 알아야 한다." -심리상담가 모드 르안
모드 르안의 말처럼 그는 함부로 남의 마음을 읽고 상대의 생각을 단정지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밖에 알 수 없는 동물이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경험에 대해 추측할 수 있을 뿐, 결코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쌓여진 내 느낌과 짐작이 무조건 맞는 것은 아니다 라는 자각이 아주 중요하다. 이것을 진짜로 느끼고 알아 차려야 한다. 눈치채고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과거 방식에 대한 마음의 고집을 이제는 놓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기꺼이 보내버리고 포기해 버릴 수 있어야 한다.
눈치를 보는 이유
눈치 덕분에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의 의중을 짐작하고 호감을 슬쩍 표현할 수 있다. 문제해결에 대인관계까지 부드럽게 해주니 눈치를 부정적으로만 볼 건 아니다. 즉 눈치가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며 문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나가는 것이다.
눈치보기가 심해지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난다. 먼저 내 생각, 내 감정이 억눌리고, 나아가 내 생각, 내 감정을 잃어버린 채 상대의 기준이나 가치에 의존하고자 한다.
또 눈치를 본다는 것 자체가 주의력과 긴장을 요구하는데, 눈치를 심하게 보면 에너지 소진으로 인해 신체적, 심리적인 무력감에 휩싸인다.
남의 마음을 함부로 읽으려 하지 않기
눈치를 보다 보면 '혹시 그런 게 아닐까?' 하던 추측이 '그런 게 틀림없어!' 하는 억측으로 바뀐다. 독심술을 하듯 상대의 마음을 꿰뚫었다고 확신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읽은 상대방의 마음은 곧 나의 마음일 경우가 많다. 내가 그 상황에서 가졌던 마음을 상대에가 투사시켜 마치 상대가 그런 마음을 가진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다.
투사는 우리의 의식이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감정들을 처리해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 애꿎은 사람을 의심하고 미워하게 만든다. 자신은 선하고 우월하다는 믿음을 보호하기 위해 내면의 부정적인 생각이나 욕구를 외면하는 것이다.
우리가 타인에 대해 직감적으로 느낀 것들의 이면에는 대개 나의 불안, 두려움, 시기심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도 그것이 상대의 속마음이라고 믿으면서 쓸데없이 눈치를 보고 에너지를 쏟는 것이다. 게다가 지나치게 눈치를 보는 행동은 괜히 상대를 긴장시키고 분위기만 어색하게 만들 뿐이다.
그러니 자꾸 남의 마음을 읽으려고 하지 말자. 상대방에게는 상대방의 생각이 있다. 함부로 그 자리를 침범하지 말자. 그것만으로도 복잡했던 관계의 문제가 한결 단순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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